내가 올해까지 7년간 몸담았던 직장은 5년 만근을 하면 한달간의 유급휴가를 주던곳이다.
5년다니고 한달간의 휴가를 얻어,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되었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가방을 싸고 숙소 예약도 없이 비행기를 탔다.
평소에 걷는걸 좋아하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 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인지라 초반에 꽤 애를 먹었엇다. 순례길에 필수라고하는 침낭,
등산스틱도 없이 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 만난 독일인 친구에게 나침반이 달린 지팡이를 선물 받았고,
같이 걷던 대학생들에게 파스를 빌려 아픈 다리를 달랬으며, 밤엔 침낭이 없어 가져간 옷 세벌을 모두 껴입고
겨우 잠에 들었다. 물론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무척 즐거웠던것 같다.
길을 걷다보니 대부분이 휴학을 하거나 취업준비중인 대학생들,
또는 일에서 은퇴하신 분들이었고, 나 같은 직장인은 거의 만나지를 못했다.
직장인이지만 한편으로 돌아갈 곳이 있다라는 사실에 마음편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흔히 산티아고순례길은 길을 걸으며 고민의 답을 찾고,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들 했다.
나는 처음부터 답을 찾겠다라는 원대한 뜻을 가지고 떠난 것도 아니고 걷는 내내 고민을 할만큼 고민이 많지도 않았다.
산티아고순례길이 답을 찾아가는 곳이라면 나는 애초에 질문부터 찾는게 먼저였던 것 같다.
이렇게 즐겁고 아름다운 이 길에서 답을 못찾으면 어떻고, 질문을 못찾으면 어떠한가
그냥 비가 내리면 시원해서 좋았고 날이 맑으면 멋진 풍경을 사진기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
그냥, 아름다운 길과 자연에 동화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고, 길에서 오는 고단함을
처음 만난 외국인친구들과도 숙소에서 맥주한잔을 하며 풀 수 있음에 감사했던것 같다.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뜨거운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오히려 너무 덤덤해서 당황스러웠다.
도착의 뜨거운 정보다는 그냥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더 컸었다.
다녀온지 벌써 2년이된 지금도 언제 다시 가지? 하면서 유튜브도 검색해보고
그때 찍었던 영상과 사진들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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